[名士 싱글 골퍼의 ‘굿샷’] “기본 충실하니 샷 비거리도 늘더군요”
이혁병 ㈜캡스 대표이사
‘열정교육’으로 표류 기업 정상화…골프도, 경영도 ‘깜짝쇼’ 안 통해
이혁병 사장의 골프는 그의 경영 스타일과 흡사하다. 평소 호쾌한 드라이버 샷보다 자기수양과 쇼트게임 연습에 몰두한다. 디자인 경영을 통해 회사 조직문화에는 활력을 불어넣는다.
어디선가 그가 트로피 두 개를 꺼내 왔다. 홀인원 기념패였다. 먼지가 내려앉은 것으로 봐서 꽤 오래된 것 같았다. 1997년 9월○○일 지산CC 서코스 3번 홀(167야드). 2000년 4월○○일 뉴서울CC 남코스 17번 홀(175m). 아마추어 골퍼가 일생에 한 번 할까 말까 한 홀인원의 행운을 두 번씩이나 맛보았다니….
주말골퍼들이 홀인원을 기록할 확률은 1만2,500분의 1, 프로골퍼의 홀인원 확률도 7,500분의 1밖에 안 된다는 통계를 본 적이 있다.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날의 운이 작용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는 것이 골프에서의 ‘에이스’다. 그래서 골프를 하는 사람은 누구라도 평생에 한 번쯤은 그 황홀한 순간을 맛보고 싶어 한다.
미 프로골프협회(PGA) 투어를 휩쓸고 있는 타이거 우즈가 기록한 홀인원은 18번, 미셸 위가 5번이라고는 하지만 그들과 비교해 라운드 횟수가 절대적으로 적은 주말골퍼가 이런 기록을 두 번씩이나 세우기란 흔한 일이 아니다. 그것은 우연이 아닌 필연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셈이다.
수상스키·승마 즐기는 스포츠 마니아
이혁병(53) (주)캡스 대표이사. 그는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로서도 자신의 실력을 증명해 왔다. 서울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하고 미 하버드대에서 MBA를 한 그는 한국신용평가 기조실장과 캐리어 아시아본부 이사, 대우캐리어 전무, CRO코리아 사장, 캐리어LG 사장을 지낸 전문경영인이다. 2002년 노사분규로 몸살을 앓던 (주)캡스의 대표이사직을 맡아 회사 경영을 정상 궤도로 끌어올려 현재는 캡스와 동방전자 등을 아우른 TFS(Tyco Fire & Security)코리아 총괄사장을 맡고 있다.
에스원과 함께 국내 무인경비시장을 양분하는 캡스는 한국보안공사가 모태다. 1998년 캡스로 사명을 바꾸었다가 이듬해 미국 10대 기업인 타이코(TYCO) 그룹에 인수됐다. 글로벌 브랜드 ‘ADT캡스’로 거듭났지만 회사는 한동안 내홍을 치러야 했다. 원인은 캡스 노조의 파업. 6개월이라는 짧은 기간에 사장이 네 번이나 바뀔 정도로 회사는 표류했다.
그 위기를 수습한 이가 2002년 3월 취임한 이혁병 대표다. 취임 직후부터 그는 ‘친구 같은 최고경영자’를 표방하면서 캡스에 활력 넘치는 기업문화를 불어넣으려고 노력했다.
경비보안업체라는 회사 특성상 캡스는 젊은 직원이 다수를 차지한다. 그는 회사의 체질 강화를 위해 직원들과 어울리면서 캡스만의 조직문화를 구축하는 데 몰두했다. 지난해부터 3개년 계획으로 매년 실시하는 ‘열정교육’은 그의 이러한 열정의 산물이다.
2,500명에 달하는 전 직원을 50개 클래스로 묶어 진행하는 열정교육에는 계절별로 웨이크보드·스노보드 등 스포츠나 연극 공연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직원들은 딱딱한 직무교육보다 서로 몸으로 부딪치며 호흡을 맞추는 팀빌딩 교육이 회사의 분위기를 눈에 띄게 바꾸었다는 평가다.
“현장에서는 지휘체계가 있어야 하지만 열린 조직에서 경쟁력이 나온다고 보았죠. 그래서 간부들의 리더십 교육과 함께 직원들에게는 딱딱한 직무교육 대신 열정교육을 선택했어요. 이제는 직원들이 열정교육 날을 기다릴 정도가 됐지요.”
언제 노사분규가 있었느냐는 듯 직원들은 달라졌고, 현장에서는 자발적인 고객만족 서비스 마인드가 충만해졌다. 캡스는 이렇게 열린 조직문화가 정착되면서 시장 변화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다. 덕분에 지난해 회사는 2,500억 원의 매출을 달성했고, 올해도 10%의 성장을 기대하고 있다.
검게 그을린 얼굴과 근육질의 팔뚝, 날렵한 몸매. 각종 스포츠로 단련한 매력적인 외모는 쉰셋이라는 그의 나이를 무색하게 할 정도다.
이 대표는 “최근 4∼5년 동안은 주말마다 웨이크보드와 승마를 많이 해 왔다”고 한다. 태권도 3단, 유도 2단의 실력을 자랑하는 그는 골프 말고도 스키·수상스키·산악자전거·테니스·승마 등 스포츠에 관한 한 팔방미인이다. 그의 화려한 스포츠 편력은 직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져 직장 내에 수상스키·스노보드·산악자전거 등 10여 개의 스포츠 동호회가 활동하고 있다.
“여러 가지 운동을 병행하다 보니 근육에서 스윙의 메모리가 지워지는 것 같아요. 골프에는 큰 도움이 안 돼요.”
▶이혁병 대표가 휴일을 맞아 보기 플레이어인 부인(김지미 씨)·아들과 함께 연습장을 찾았다.
이 대표는 자신의 골프 실력에 대해 이렇게 연막을 피웠다. 그래도 한 달에 두세 번은 꼭 필드에 나선다. 그의 골프 ‘구력’은 24년. 핸디캡 9, 베스트 스코어는 2오버파(74타)를 기록한 바 있다.
그가 클럽을 처음 잡은 것은 뜻밖에도 미국 유학시절.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에서 함께 수학한 장대련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가 그에게 골프 클럽을 처음 잡게 한 주인공이다. 하지만 그가 골프의 마력에 본격적으로 빠져든 것은 1989년, 싱가포르의 캐리어 아시아본부에서 이사로 재직하던 시절이었다.
“골프라는 스포츠가 참 묘하더군요. 1993년에 처음으로 79타를 쳐 싱글을 기록했는데, 다음날 라운드에서는 100타를 넘게 쳤거든요. 그만큼 자기수양이 중요한 운동이에요. 한 번의 나이스 샷보다 꾸준한 샷을 해야 하는 거예요. 그런 골프의 특징이 골퍼들에게 쉽게 채를 놓지 못하게 하는 것 같아요.”
그날의 감정의 기복에 따라 골프 스코어는 늘 춤을 춘다. 그는 “한 번의 깜짝쇼를 펼치기보다 고객만족 서비스를 위해 꾸준하게 노력해야 하는 캡스의 회사 경영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한다. 그는 이런 골프를 “자기가 자기를 알기 어렵게 하는 스포츠”라고 말했다. 좋은 기록을 내기 위해서는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 대표는 구력이나 골프 실력에서 누구에게도 지지 않을 정도이지만 “체계적으로 골프를 배우지는 못했다”고 실토한다.
“모든 운동이 그렇겠지만 골프에서의 독학은 정말 힘들고 한계가 있어요. 왜 안 될까 혼자 고민하면서 좋은 스윙을 만들기는 결코 쉽지 않더군요. 처음부터 베이식(기본)을 제대로 익히는 것이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지난해부터 좋은 레슨프로에게 골프 스윙을 처음부터 다시 가다듬으면서 스윙에 눈을 떴어요. 30대 때보다 오히려 비거리가 늘어 스스로 놀랐지요. 그래서 채도 스틸 채로 바꾸었어요. 골프는 내 몸을 계속 깨워 주는 운동인 것 같아요.”
“기본에 충실해야 장타를 날린다”
근육질의 균형 잡힌 몸매를 가진 이 대표의 드라이버 비거리는 도대체 얼마나 될까?
“비거리가 20∼30야드는 늘었어요. 평균 260야드는 때립니다. 280야드를 기록할 때도 있고요. 하지만 호쾌한 드라이버 샷도 좋지만 저는 쇼트게임을 잘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스윙의 원리를 이해하게 되자 골프를 통해 얻는 것도 더욱 늘어났다.
“스윙 폼을 다 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에요. 스윙의 원리를 깨닫게 되면서 안정된 70대 스코어를 낼 수 있더라고요. 이제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과거의 골프와 가장 많이 달라진 부분은 “그립을 쥘 때 손에서 힘을 빼는 것”이란다. 그 결과 백스윙에서 스윙 아크가 커졌고, 그것이 장타로 연결됐다. 그는 자신의 골프를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은 “골프의 기본을 다시 익히고 꾸준히 체력훈련을 한 덕분”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는 필드에 나서면 모험적인 샷보다 안정적인 경기 운영에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다. 연습장에서도 막무가내로 드라이버를 집어들고 풀스윙을 하기보다 기본 원리만 터득하면 스코어 관리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는 쇼트게임 연습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그의 이러한 골프 스타일은 회사 경영 스타일과도 결코 무관하지 않다. 그는 기업역량 강화를 통해 ADT 본사를 설득해 꾸준한 시설투자를 하면서 예측 가능한 리스크 관리와 경영을 해 왔다.
회사 마케팅에도 골프 적극 활용
그는 이런 골프를 회사 마케팅에도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캡스는 2004년부터 감성 마케팅의 일환으로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ADT캡스챔피언십’을 매년 열고 있다. ADT 본사가 후원하는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의 ‘ADT챔피언십’이 시즌 최종전으로 치러지듯, 이 대회는 매년 11월 마지막 주에 KLPGA 투어가 시즌을 마감하는 대회로 자리 잡았다. 이와 함께 캡스는 국내 기업 CEO 100명을 초청해 매년 1박2일의 프로암대회도 개최한다.
그가 필드에서 자주 만나는 동반 골퍼는 기업인과 학계·예술계 인사 등 경계가 없는 편이다. 특히 다국적기업 최고경영자모임과 국제산업디자인대학원 ‘디자인 밀레니엄’ 최고경영자 과정 동기가 다수를 차지한다. 천호균 쌈지 사장, 이영혜 디자인하우스 사장, 김태호 서울여대 교수(서양화가), 조태권 광주요 회장, 박상훈 인터브랜드 사장, 원철우 듀폰코리아 사장 등이다.
그가 캡스에 디자인 경영을 접목한 것도 이들과의 끊임없는 교류가 큰 도움이 됐다. 캡스 출동대원의 유니폼 디자인을 바꾸고, 조직문화를 새롭게 디자인하려고 한 것도 우연이 아니다. 캡스는 보안업체로는 드물게 매년 ‘서울리빙디자인페어’에 참가하는 등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 높기 때문이다.
“고객들과의 거리를 한 걸음씩 좁혀 가려는 노력이지요. 회사의 조직문화를 바꾸는 일도 중요하지만 밖에서 고객의 시선을 끌기 위한 부단한 노력이 필요합니다.”
회사 경영과 관련한 그의 준비된 노력이 무인경비시장에서 새로운 기록을 만들 날이 머지않아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