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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생의 하루


 새벽에 살인적인 추위에 잠이 깨어보니 얇은 봄가을용 차렵이불은 몰아치는 외풍에 싸늘히 식어있었고 잘땐 신지만 잠결에 갑갑해서 벗어버리는 수면양말은 침대 발치에서 뒹굴고 있더군. 사실 뭐 옥탑방급으로 360도 회전 외풍이 부는 건 아니지만(반지하 무시하지마라구ㅋ) 그래도 저번 방에 비해선 외풍이 좀 있는 편이라 아무래도 좀 민감해진 모양이다. 또 창 방향이 남향이나 동향이 아니라 서향이란 점도 무시할 수 없겠고.

 원래 한번 잠들면 시체되는 스탈이지만 중간에 깨면 다시 잠들기 쉽지 않은 체질이라 보시다시피 뻘글이나 쓰며 아침나절을 소비했고, 이것저것 볼일보느라 오전오후도 바쁘게 지나갔는데 차라리 집에서 외풍맞느니 밖에서 찬공기를 몸으로 받아들이는게 오히려 상쾌할 정도더군. 이런 강풍이 부는 날씨에도 스타킹한겹으로만 맨다리를 감싼채 똥꼬치마를 입고다니는 아가씨들이 불쌍해보이기도 했고(사실 이 겨울미니스커트에 대해선 여러가지 학설이 존재하는 바, 조기맹훈련설, 스타킹품질우수설, 남성우위사회결정설, 습관성둔감설, 닥치고된장포스설 등등이 대립하고 있다. 다음에 기회되면 정리해보자구), 새삼 작년겨울에 빼앗아온 동생 파카의 품질이 좋다는것도 느낄 수 있었다 ㅋㅋㅋ

 암튼 대략 볼일 다 끝내고 동대문구 '개념화' 도서관에 책 반납하고 오는 길에 자취생의 오아시스요 젖줄인 약속의 땅 청량리를 들렀다.

 이렇게 추운 날씨엔 뭔가 뜨끈한 것이 먹고 싶어지는 것이 사람 심리고, 너무 거창한건 할 맘이 없었기에(보통 애들 불러모아서 닭볶음탕을 해먹기도 하고 어묵전골을 만들기도 하지만 점점 그런게 귀찮아진다) 만만하고도 오래먹을 수 있는 카레라도 만들어보잔 생각에 대충 장을 봤다.

 그리고 역시 청량리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군.

 뭘 샀냐고? 보시라라라~~~

 

  

 

 여고생 주먹만한 감자가 열댓개. 가격은? 천원. -_-;;;;

 

 

  

 

 당근의 굴레를 벗어나 무의 영역을 넘보는 초대형 당근 세개가 얼마? 천원. -_-;;;

 

 

  

 

 대충 봐도 한근은 넘을 듯한, 국내산 암퇘지 안심살이 얼마? 삼천원 -_-;;;

 

 이게 전부가 아닙니다. 추가로 더~(홈쇼핑합니까ㅡㅡ;;)

 

 

  

 새콤달콤한 제주산 감귤 20여개 한소쿠리가 얼마? 2천원 ㅡㅡ;;;

(2번과 아닙니다, 5,6번과 크기랍니다. 맛도 짱!!!)

 

 

 도합 7천원으로 저 후덜덜한 식재료들을 살 수 있었다. 이제 내가 왜 그토록 된장년들 커피처먹는걸로 태클거는지 대충 이해가 가십니까?

  청량리가 진짜 짱이다. 만약에 명바기랑 세후니가 청량리시장마저 재개발인지 개지랄인지 하면서 갈아엎고 아파트 지으려고 한다면 난 기꺼이 폭탄테러로 놈들의 목숨을 끊어줄 각오가 되어있다구.

 그리고 집에 오니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택배가 도착해있었다.

 우왕, 역시 별표솜 좀 짱인듯. 튼튼한 3중 포장에 고급스러워보이는(이라고 쓰고 중국산이라 읽는다) 가방까지~

 사실 3.75kg라는 무게는 너무 무겁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으나 덮어보니 딱 내가 원하는 정도의 묵직함과 폭신함이라서 완전 대만족.

 

 침대를 뒤덮은 저 압도적인 카리스마가 느껴지십니까? ㅋㅋㅋㅋ

 그리고 카레준비에 들어간다.

 일단 고기양이 생각보다 훨씬 많았기에 애초에 15인분정도를 하려던 계획을 20인분하는 걸로 변경했고...

 ...아니다 카레 레시피따윈 필요없으시죠? 그냥 제 암흑포인트만 설명드리자면

 1) 채소 다듬을 동안 고기를 카레가루와 후추에 살짝 재워둔다. -> 고기맛이 살아난다

 2) 양파 & 고기, 당근 & 감자로 나눠 따로 볶아준다. -> 단맛과 씹힘맛을 둘다 살리기 위함

 3) 카레가루는 서로 다른 회사 제품을 적절히 블렌딩한다. -> 회사별로 향료배합이 다르기 때문에 맛이 좀더 풍부해진다.

 4) 카레물을 풀어줄때 다진 마늘을 약간 넣는다 -> 감칠맛과 깊은 맛을 내주며, 느끼함을 잡아주기도한다.

 5) 약불에서 오래 오래 졸인다 -> 그래야 걸쭉한 카레를 즐길 수 있다.

 뭐 이정도로만 해둡시다.

 

좀 그럴싸해보입니까? ㅋㅋㅋ

저번에 천원경매 당첨된 스텐양푼이에 담아주는 센스!!!

 

 자평하자면, 역시나 평소보다 고기양이 너무 많아서인지 매콤한 맛은 제대로 못 살린듯 하다. 그래도 압도적으로 씹히는 고기맛에 난 이미 행복하다구 ㅋㅋㅋㅋ

 

 

 

 

나의 사전에 짬이란 단어는 없다 ㅡㅡ;;;

 

 자, 밥도 다 처먹었고 후식으로 귤도 아작냈으니 마지막 과업, 그간 고양이오줌 묻은 솜을 감싸느라 고생많았고 한동안 그 솜마저 떠나보내 홀로 지내야했던 이불커버에 솜을 씌워줍시다. 뭐 새거라서 그런지, 내가 밥먹고 기분 좋은 상태라 그런지 굉장히 스무스하고 쉽게, 빨리 끝냈다.

 

 

 

 

 

 포근함이 느껴지십니까? ㅋㅋㅋ

 

 

 이렇게 추위에 떨고, 밥을 혼자 지어먹고, 기타등등 온갖 잡일을 혼자 다 해야하는 쓸쓸하고 괴로운 길이 자취랍니다. 행여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난 혼자서 자유롭게 살고싶어"하는 개소리 하는 새끼들은... 제발 내 앞에선 하지말길 바랄뿐입니다. 아가리 잡아 째버릴테니까.

 

 그리고 여러분들은 느끼지도 못하는 새에 따뜻한 밥과 잠자리, 깨끗한 옷가지와 주거환경을 준비하고 마련하시는 여러분의 어머니께 한번쯤은 고맙다, 사랑한다고 말해주십시오. 아 시발 엄마 보고싶어 ㅠㅠㅠㅠㅠㅠㅠ 내 팔첩반상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암튼 자취생의 구질구질한 하루는 대략 이렇게흘러갑니다그려. 아아 "~밤새워 고향 찾아 가는 처얼새야. 사랑한다 전해주어라~ 빰 빠밤 빠바바빠바밤~"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보너스 짤방은 이 블로그 개설 이후 최고의 임팩트와 감동과 따스함을 선사해준, 휴머니스트 로즈마리님의 거룩하고 성스러운 댓글로 하겠습니다. 이웃이랍시고 악플만 다는

2011/01/01 10:13 2011/01/01 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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