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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조인간 키카이더 - 학산


지금 30대 후반이상의 연배에 이시노모리 쇼타로의 이름은 몰라도 그의 작품을 본 사람이 많을 것이다. 현 20대들 중에는 건담과 MEIMU의 광팬들이 꽤 많은 것으로 안다. 학산에서 쇼타로 원작의 ‘인조인간 키카이더’를 MEIMU가 리메이크한 작품을 번역해서 내고 있다. 두 세대를 이어줄 수 있는 작품이라 생각하고 나는 흥미진진하게 보고 있지만 대중성에 관해서라면 말을 줄여야 할 것 같다.

아이들과 가끔 애니메이션을 보고 만화는 아직도 열심히 보고 있다. 요즘 만화에는 세계정복이나 지구정복을 꿈꾸는 매력적인 악당들이 드물다. 기껏해야 케케로 일당들 정도일까. 키카이더에는 쇼타로나 나가이 고의 세계에서 자주 출몰하는 원대한 야망을 가진 악당이 출현한다. 원작에선 어떤 식으로 세계를 정복하려는지 잊었다. 리메이크에선 악당은 놀라울 정도로 쉽게 세계정복의 계획을 진행한다. 어떤 나쁜 새끼들이 따라할까 걱정될 정도로.

악당은 환경과 생태에 관련된 핵심적인 연구자들을 암살하고 핵심기관을 테러한다. 세계 유수의 활동가와 연구자들을 거대한 유람선에 모아서 심포지움을 연 뒤 배를 폭파시킨다. 공해물질 배출에 관한 규제를 완화하도록 각 국의 의회에 로비도 한다. 와중에 프레온가스를 풍선에 실어 오존층까지 올린 후 터뜨린다. 이런 식으로 생태계의 파괴를 조장하다 보면 파국이 도래할 꺼고 그때 살아남은 자들을 자기의 백성으로 삼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차근차근 일을 진행하는데 이게 다 그의 트라우마 때문이다. 고대문명의 부활이나 외계인의 침공마냥 비현실적이지 않아서 좋다. (-_-; 정몽준같이 트라우마가 있는 재벌 한 명만 잘 꼬시면 어떻게 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약간 벗어나는 얘기지만 프레온 가스가 오존층까지 도달하는 데 약 10년이 걸린다. 지금까지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염소원자 하나가 무려 만개에서 10만 개의 오존분자를 파괴하며 최고 75년에서 4백년까지 머문다고 한다. 오존층이 원래의 상태로 회복되는 데는 약 100년이 소요된다. 알다시피 오존층이 파괴되면서 지국 곳곳에 자외선 방사가 이르게 된다. 식물들은 자외선에 약하며, 내가 알기론 고등생물 중에 식물이 없어도 살 수 있는 종은 없다. 이 정도 사태까지 이를 지는 아무도 모른다. 다만 식량생산이 지구상 몇 지역에 집중되는 경향이 FTA등으로 강화된다면 가공할 식량난을 매우 공들여 예약하는 셈이다. 식량난과 더불어 식량을 비축한 나라와 비축하지 못한 나라 간에 세계대전이 발발할 가능성은 100%에 가깝다고 본다. 저강도 전쟁이 될지 핵전쟁에 이를 지는 모르지만.

줄거리를 요약하겠다. 주인공은 인간이었을 때 세계정복을 획책하는 무리들이 여러 사건의 배후에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그들의 뒤를 쫓는다. 그는 초반부에 인간으로 죽는데 그의 아버지는 로봇공학의 일인자로 아들의 부활 프로젝트에 착수한다. 그러다가 한계를 느끼고 악당조직에 들어가 여러 가지 프로토타입을 만들고 결국 평소에는 생전의 인간모습을 가지고 있다가 전투시에 변신하는 인조인간을 만든다. 주인공은 자신의 동생을 찾아가지만 아직은 완성상태가 아니다. 조직의 파괴마의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여동생과 함께 아버지가 만든 ‘양심회로’를 찾아 떠난다. 그 동안 악의 무리는 계속 정복계획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키카이더에게 자객들을 보낸다. 여동생은 자신의 운명을 저주하면서 어쩔 수 없이 주인공을 따라다닌다.

결국 숨어있는 강대한 악에서 미약하고 불완전한 선이 도망쳐 나와 자신의 완전성을 찾으며 싸우는 여행과 모험의 이야기다. 그런데 그 완전성이라는 것이 바로 엄청난 무기나 비밀이 아니라 기껏해야 ‘良心(양심)’이라는 거다. 어처구니가 없다. 위기에 빠진 인류를 구하기 위해 맞서야 하는 주인공이 죽어라 도망치랴 싸우랴 찾는 게 칸트 식으로 말하면 ‘도덕이성’이고 맹자의 말씀을 빌면 ‘四端(사단)’이다. (인(仁)에서 우러나오는 惻隱(측은)지심, 의(義)에서 우러나오는 羞惡(수오)지심, 예(禮)에서 우러나오는 辭讓(사양)지심, 지(智)에서 우러나오는 是非(시비)지심을 이른다.) 내가 쇼타로의 작품을 구태여 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칸트는 사실 내가 모르고 맹자는 사단을 인간의 본성으로 보았다. 우리가 스스로를 구할 수 있다면 구원의 힘을 인간의 본성에서 찾을 수 있을까?

인간의 본성에 관한 고찰을 하자면 빠질 수 없는 예가 네안데르탈인과 크로마뇽인이다. 네안데르탈인은 가장 초보적인 석기를 사용했으나 이를 개선했다는 증거는 현재 없다. 한 무덤 속에 대량의 꽃씨가 발견되어 그들이 죽음에 대한 어떤 인식을 했다고 추론하지만 언어를 가졌다는 증거도 없다. 사냥하거나 죽은 동물을 안전한 장소로 가지고 가거나 보존할 생각은 못 하고 그 자리에서 나눠 먹었다는 증거만 잔뜩 있다. 그들이 먹은 식량의 화석을 통해 보면 협력적인 사냥을 했다는 가설을 세울 수가 없다. 큰 동물을 사냥했다는 증거가 없는 거다.

크로마뇽인은 현생인류다. 그들이 남긴 발전된 석기와 몇 가지 그릇과 문양 그리고 암각화 암채화등의 예술등의 남은 증거와 그들이 협동적 사냥을 통해 멸종시킨 허다한 대형포유류의 화석등을 통해 보면 그들을 원시인이나 현재의 유소년기 수준의 지적 존재로 볼 수 없다. 약 4만년 쯤 전 얘긴데 두 종 사이에 전투행위가 있었다는 증거는 없다. 그저 네안데르탈인이 2만 5천년쯤 전에 깔끔하게 멸종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그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나만 무서운 건가? 4만년 사이에 우리는 얼마나 진화했는가? 우리의 인지능력과 양심도 진화한 걸까? 진화까진 몰라도 조금은 진보했다고 나는 믿고 있다. 이 믿음을 위해 진화의 궤적을 조금씩 공부하고 있다. 인류학, 고고학, 대뇌생리학, 생물학, 동물행동학을 힘닿는 데로 보고 있다. 붉은털원숭이와 붉은얼굴원숭이의 혼재 실험결과에 감동할 수 밖에 없다. 우리가 원래 평화를 사랑하는 종인지 폭력과 떨어질 수 없는 종인지 지나온 길은 아득하지만 돌이켜 볼 가치가 있다. 또한 정신과 본성의 진보를 계속 이루기 위해서는 성장과 개발과 시장의 삼위일체를 믿는 것들과 맞서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된다. 파국을 앞당기려는 어리석은 것들에게 ‘양심회로’를 찾아서 달아줘야 한다. 키카이더와 함께 모험을 떠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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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스무살엔가 나는 한국 최초의 만화평론공모에 응모하려 했다. 선과 악을 축으로 본 일본만화와 미국만화에 대한 글을 준비했지만 결국 응모하진 못했다. 그때 잘되었더라면 만화학과 교수가 되어 있거나 아니면 매일 사발면이나 먹으면서 되도 않는 글을 쓰고 있었을 것 같다. 그때나 지금이나 글 못쓰기는 매한가지니까 후자의 가능성이 높은 것 같다.  참 다윈도 읽지 않고 진화를 논하는 것이 참 부끄럽다.


2010/07/05 10:10 2010/07/05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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