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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애한테서 배워요.

애한테서 배워요.


도윤이가 요즘 치과를 다닌다.

충치가 4개나 있고, 통증이 가끔씩 있어서 더이상 놔둘수가 없는 상태가 되었다.

어린이 전문 치과에 데려가니, 그곳은 예약제로 운영되고 있어서 처음 간 날은 진찰만 받고 앞으로의 치료계획만 잡고 예약만 가능하다고 한다.

견적을 뽑으니, 100만원선이란다. 유치 충치 치료에 100만원이라니!!

15만원정도는 신경치료 비용인데, 보험이 되고 환자부담금이 15만원이란다.

85만원정도는 보험적용이 안되고, 치아에 무얼 씌우고 레진으로 메꾸고하는 치료란다.

영구치도 아니고 유치인데, 금속으로 이를 씌우고 떼우고 하는게 꼭 필요한가 싶다. 병원에서는 그렇게 해야 영구치가 보호가 되고 충치가 재발하지 않는다고 설명은 하지만, 앞으로 1-2년후면 다 갈아야하는 치아이고, 그걸 하기위해 10회정도 병원을 데리고 다녀야하고 마스크로 마취도 시켜야하고 애도 고생이다 싶고, 쓸데없는데 돈쓰는 거 같기도 하고 해서

일단은 신경치료만 받기로 했다.

치과에 앉아 있으니, 엄마들이 아무런 불평없이 현금으로 8만원,10만원씩 한번치료할 때마다 척척 내고들 나간다. 애들한테 쓰는 돈이라 별 불만이 없는 건지, 치과치료는 의례 돈이 많이 드는 거다 생각해서 별 말 없이 내는 건지....

개인 산부인과에 오는 환자들은 암검사,초음파 검사 뭐 가지가지 하고도 돈 4만원,5만원 내면서도 비싸다 어쩌다 하면서 툴툴거리며 나가는 환자들도 종종 있는데, 산부인과는 싸구려 진료라 생각하는 건지, 자기 몸을 위해 돈 쓰는 건 아까운 아줌마들이라 그런 건지.....

아무튼, 우아하게 30분단위로 예약환자만 딱딱 보고, 보험 안되는 비싼 치료비 척척 받고, 토요일 오전진료만 하고 공휴일 다 쉬어가며 일하는 치과의사들이랑,

하루에 40-50명씩 진료보고 스트레스 많은 분만,수술 해가며 육체노동에 시달리고, 저 의료수가에 수지타산 맞추느라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산부인과 의사들이랑 비교를 하니,

참 우울하기 짝이 없다.

치과 치료받고 도윤이 손을 잡고 집에 오는 길에 그냥 지나가는 말로,

"치과 의사는 참 좋은 거 같애. 환자 많이 안보고도 돈 많이 벌고... 산부인과 의사는 돈도 많이 못 벌고, 일도 힘들고, 스트레스도 많은 데.....   엄마 산부인과 의사하지 말고 치과의사할 껄 그랬어...."

그랬더니, 도윤이가 나를 빤히 처다보며 말한다.

"엄마, 그런데 내 생각에는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이 더 보람있는 일인 거 같아서 더 나은 거 같은데?"

헉, 뒤통수를 맞은 기분이다.

눈물이 핑 돈다.

애 앞에서 부끄럽다.

도윤이가 엄마의 직업을 보람있고 좋은 직업으로 생각해주고 있는 것 같아서 고맙고 대견하고 기특해서 눈물이 핑 돌고,

덜 힘들고, 더 많이 버는 것에 연연하며 내 직업의 보람을 잠시라도 잊고 있었던 내게

어린 딸이 다시 정신차리게 해준 거 같아서 부끄러웠다.

그래, 보람이 있는 직업이 좋은 직업인 거지....   편하고 우아하게 돈 많이 버는 게 중요한게 아니지....

엄마는 너보다도 못하구나.....^^

도윤아, 엄마의 직업을 그렇게 생각해 줘서 고마워.

그리고, 엄마는 너를 너무너무 사랑해. 알고 있지?^^


2009/02/09 10:24 2009/02/09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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